먼저 이 글을 쓰는 이유
1. 아무 징조 없이 갑작스레 쓰러진 엄마
2. 응급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정보를 얻지 못해 막막했던 마음
3.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카페에서 다른 케이스만 찾아보고 좌절
4. 회복 중인 엄마를 보고 최악만 생각하지 않기로 함
5. 혹시나 지난 날의 나와 같은 절망 속에서 위안이 되길 바람
우선, 엄마가 쓰러지던 날로 되돌아가 본다.
2018년 고혈압을 진단받았지만, 꾸준한 약 복용과 매일 아침 잊지 않고 챙겨 먹던 혈압약으로 혈압 관리는 잘되어 가고 있었던 우리 엄마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
2021년 9월 8일 퇴근 길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집에서 엄마가 쓰러졌어. 빨리 집에 와"라는 전화를 받고 택시 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눈은 뜨고 있는데, 초점이 없었고 몸에 힘이 없음.
곧 응급차가 왔지만 엘레베이터 없이 계단으로 된 3층 우리 집은 엄마를 실어 나르는 길이 험난했다.
왜 평소에 건물 계단을 깔끔하게 정리해두지 않았는지 나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화가 남.
보호자 1명만 응급차에 탈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엄마랑 응급차를 타고, 가족들은 자차를 이용해 응급차를 뒤 따름.
응급차 안에서도 엄마가 의식이 없어보이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좌절.
가장 가까운 한양대 응급실에 도착
한양대 응급실 앞 많은 응급차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순서도 모르는 채 엄마가 방치되는 느낌을 1차로 받음.
평소 엄마가 고혈압이 있었지만 전조증상은 없던 점 외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던 일
응급실도 보호자 1명만 들어갈 수 있었고, 엄마가 요즘 잔 기침이 잦았기 때문에 코로나 가능성이 있어서 격리 병실로 따라 들어감.
이때, 심전도검사, CT 검사 외에 다른 처치는 기억나지 않음.
한양대 응급실 격리실에서
의식이 없는 엄마 옆을 무기력하게 지킴.
응급실 밖에서 가족들이 대기 중이었으나 전문 의료 지식도 없고, 뇌출혈이라는 의심만 있어서 검색만 하면서 엄마가 심각하지 않기만을 바람.
CT촬영 이후 주치의를 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수술이 필요할지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는 상태라는 말을 하고 감.
수술을 하게되면 중환자 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통보 같은 말을 가족에게 전하고 또다시 걱정과 절망.
평소 이성적이고 침착한 편이라 나를 주 보호자로 엄마 옆에 세워뒀을 텐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발음이 새는건지 무의식 중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엄마를 보며 다시 절망.
응급실에서 엄마는 소변줄을 꽃고
베드에서 무의식 중 일어나려고 해서 묶어둬야 한다고 했는데.
사진을 보냈더니 가족들은 노발대발이었지만, 옆에서 엄마 상태를 직접 본 나는 엄마가 링거를 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자꾸 일어나려고 하는 멍한 눈빛의 엄마를 보며 2차 낙상이 될까 봐 우려되는 마음으로 묶는 걸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와 같이 격리실에 있으려면 응급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이때 시간이 이미 오후 10시...
이때까지 응급실에서 CT 결과도 못 보고, 링거 맞는 엄마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음.
코로나 검사 후에 팔찌 같은걸 채워주는데,
이때 조금 정신이 차분해짐.
이게 있으니 나는 엄마가 병실에 올라가도 주보 호자로 옆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중환자실은 현재 코로나로 정해진 면회시간도 없어져서, 일반 병실로 이동할 때까지 또다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기력함으로 밤을 새운 건 이후의 일.
응급실에서 엄마가 사용할 기저귀와 물티슈를 요구.
의사소통이 안되고, 자아를 잃어가는 엄마를 보면서 앞으로 준비해야 할게 많겠다고 마음을 잡음.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게 응급실 건너편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의사가 요구한 물품을 사 오라고 시킴.
그리고 12시가 넘어갈 때, 엄마가 중환자실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이미 응급실에서 5시간가량 지났고 뇌출혈의 골든타임이 지난 건 아닌지 두렵고 불안했던 감정 맥스 상태.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도 왜?
아직도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건지 나조차 이해할 수 없었고, 아무도 답해주지 않음.
중환자실에서 결과 듣기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녹음기를 켜 두고 왜 우리 엄마가 응급실에서 5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는지 혼자 자문자답하던 시간.
이 병원에서 우리 엄마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모두 공론화하고 가만히 당하지 않을 거라는, 의료진에 대한 불신의 감정만 커졌고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주치의를 통해서 보게 된 엄마의 CT 사진
이미 뇌출혈이라는 얘기를 듣고 많은 검색을 해봤지만, 엄마의 출혈이 큰 건지 작은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 엄마 뇌의 다른 부위에 영향이 없기를 바라며 매일 CT 촬영을 하면서 팔로업.
이후 안 좋은 경과가 보이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회복은 지켜봐야 하고, 중환자실에서 매시간 검사할 때마다 전화를 주기는 어렵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전화할 테니, 기다려라.
주치의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 의료진을 믿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감정으로 그 말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음.
그래도 의산데 괜찮을 거라는 희망, 이럴 때일수록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는 의심, 그럼에도 엄마를 맡는 사람들인데 내 태도 때문에 엄마를 신경 안 써줄까 봐 불안함, 뇌출혈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봐야 하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
미리 말을 하고 녹음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애초에 녹음을 숨길 생각을 안 해서 몰랐음.
다시 진정 후에 그때의 녹음본을 들어보니 그래도 녹음 해두길 잘했다는 생각뿐.
주치의의 설명이 끝나고 중환자실 간호사가 필요한 물품을 사 오라고 함.
이때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게 준비시킬 수 있었고,
엄마가 평소에 먹던 혈압약을 중환자실로 가져와야 했는데 본가와 한양대 병원이 가까워서 다행이었던 점.
약의 성분을 보고 수액 주사와 상충되지 않는지 확인한다고 함.
가족들이 엄마가 먹는 약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실물 약을 가져오라고 해서 의아했음.
돌이켜 생각해보니 전해 듣는 말보다 확실한 증거를 믿는 게 다행이었음.
그리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엄마가 입원한 한양대 병원의 중환자실에 약을 전달하고,
더 이상 병원 연락을 기다리는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낙담을 안고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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